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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궁창 속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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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섭 목사


이 넓은 세상을 쉬어 갈 수는 없나              내 마음 저 하늘 회색 빛 구름같이

너무도 넓은 그 곳은 끝이 없어서               아무도 내 지친 몸 보질 못하지...... 

                                                                                                                                           - 이문세의 로뎀나무 아래서

나는 쉬네 로뎀나무 아래서

그동안 많이 아파했으므로

이 무사한 고독은 그늘처럼 달콤하네... 

                                                                               - 이빈섬의 로뎀나무 아래서 

위의 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반적으로 로뎀나무는 ‘쉼’과 ‘안식’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나님은 지친 우리 영혼을 로뎀나무 아래에서 쉬게 하시며 쉼과 안식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로뎀나무가 쉼과 안식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온 것은 아무래도 엘리야사건 때문일 것입니다. 이세벨의 위협을 피해 광야로 도망나온 엘리야는 로뎀나무 아래에서 하나님께 죽기를 청합니다. 이때 하나님은 천사를 보내주셔서 떡과 물을 주면서 그를 위로하시고 다시금 사명을 향하여 달려가도록 격려하셨습니다. 그랬기에 당연히 로뎀나무는 쉼과 안식, 회복의 상징으로 쓰여진 것이지요.

그런데 현지에서 본 로뎀나무는 이러한 이미지와는 전혀 딴판이었습니다. 울창하게 우거진, 몇 사람이 누워도 넉넉한, 뜨거운 햇살을 피하기에 적당한 느릅나무나 전나무와 같은 거대한 나무가 아니었습니다. 겨우 한사람이 누워도 그 그늘로 전체를 덮을 수 없는 작은 나무였습니다. 나무라고 하기보단 덤불에 더 가까운 나무였습니다. 엘리야가 로뎀나무 아래로 들어간 것은 쉼과 안식을 얻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만약 그가 진정한 쉼을 찾아갔다면 덤불 밖에 없는 로뎀나무보다는 비교적 잎이 무성한 싯딤나무나 에셀나무 등을 찾아갔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찾은 로뎀나무는 겨우 한사람의 얼굴만 가릴만한 작은 싸리나무였습니다. 그는 쉼과 회복을 위해 로뎀나무를 찾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죽기를 구하면서 절망 속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성경에 로뎀나무에 대한 언급은 이외에도 욥기에도 나옵니다. 욥이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그들의 종말은 궁핍과 기근으로 파리할 것임을 예언하면서, 그들은 ‘대싸리 뿌리로 먹을거리를 삼는다’고 표현하는데(욥 30:4), 이때 대싸리나무가 로뎀나무입니다. 이외에도 아브라함의 첩 하갈이 사라의 박해를 피해 도망갈 때 죽어가는 자기 아들을 관목덤불(창 21:15) 아래 두었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 관목덤불 역시 로뎀나무와 비슷한 떨기나무입니다.

이처럼 로뎀나무는 쉼과 안식을 의미하기보다는 보잘 것 없음과 비참함을 상징합니다. 실제로 ‘로뎀’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시궁창, 진흙탕’을 뜻합니다. 엘리야가 로뎀나무 아래로 들어간 것은 이세벨의 위협을 피해 도망 다니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스스로 시궁창 속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그러기에 그의 고백은 ‘지금 내 생명을 거두시옵소서’라는 말 밖에 나올 수 없었던 것입니다.

죽기를 자처하며 스스로 시궁창(로뎀) 속으로 들어간 엘리야, ‘지금 내 생명을 거두어달라’고 한탄하는 엘리야를 향해 하나님은 천사를 보내주시어 떡과 물로 원기를 회복시키시고, 호렙산으로 불러 세미한 음성으로 다시금 그에게 사명을 주십니다. 절망 속에서 건져내시는, 스스로 시궁창 속으로 들어간 엘리야를 건져내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였습니다.

아무리 절망 속에 있다 할지라도, 아무리 스스로 시궁창(로뎀) 속으로 들어간다 할지라도 하나님은 그에게 다가가 떡과 물로 위로하시며, 다시금 사명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 속에 처해 있다 할지라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시궁창 속에서도 건져내시는 은혜가 로뎀나무의 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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