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꿀벌은 자신이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이국진목사.jpg


 

"빨리 죽어야지."

 

연세 드신 부모님들이 흔히 하시는 말씀이다. 밑지고 장사한다는 장사치의 말과 결혼 안 하고 살 거라는 노처녀의 말과 더불어 세계 3대 거짓말에 해당한다고 하지만, 그 말속에서 이제는 아무 능력도 없고 자식들에게 부담만 주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정말 죽는 게 나을까? 이제는 아무런 경제적인 기여도 못 하고 온갖 병치레를 하면서 자식들에게 부담만 주고 있는 사람은 살아 있는 것보다 죽는 것이 더 낫을까? 죽게 되면 저 아름다운 천국에서 주님과 함께 지내게 될 것이니 본인에게는 훨씬 더 좋은 일이고, 남아 있는 가족들은 여러 부담을 줄일 수 있으니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꿀벌은 꿀을 따기 위해 꽃 사이를 돌아다닌다. 정작 꿀벌은 의식하지 못한 채 자신의 일을 한다. 꿀벌은 꽃가루를 수정해 식물이 열매를 맺게 하는 위대한 일을 해낸다. 자신이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한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는 꿀벌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 모른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느끼게 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빚어내게 만드는지 잘 모른다.

 

우리는 모든 것을 경제관념으로, 사이즈로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생산적인 것 같으면 가치가 있다고 느끼고, 반대로 소비적인 것 같으면 무가치하다고 느낀다. 어쩌면 이러한 사고방식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주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보낸 경험 때문에 생겨나게 된 건지도 모른다. 전쟁과 보릿고개를 겪으면서 먹고사는 게 힘들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를 먹여 살릴 수 있으면 영웅이 되었고, 경제를 축내거나 아무런 기여를 할 수 없는 사람은 반역자로 낙인찍혔다. 인문학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무가치한 학문으로 여겨졌고, 우리 미래는 과학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경제적인 효과가 없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라고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우리 가운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쟁과 보릿고개를 겪어보지 않았으면서 그러한 멘탈리티에 푹 빠져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아무런 경제적 기여도 못하고 병원비만 축내고 있는 늙은 부모는 빨리 사라져 버리는 것이 좋을까?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너무 모른다. 그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족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마치 꿀벌이 자신이 했던 위대한 일을 전혀 인식하지 않고 자신이 한 일이 그저 꿀을 따 모은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한때는 나도 기러기 아빠로 생활한 적이 있었다. 미국에서 아내와 자녀들은 보스턴에 남겨 두고, 1년간 보스턴에서 약 6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필라델피아에 혼자 내려와 박사과정 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내가 머물고 있던 숙소에 들어갈 때의 외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둡고 컴컴한 빈 공간만이 아주 냉정하게 나를 맞이해 주었다. 그런 삶은 정말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보스턴에서 함께 공부할 때도 별 차이는 없었다. 도서관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다가 아파트에 들어가면 이미 아내와 아이들은 잠자리에 들어간 지 오래였다. 나는 조용히 어두운 방 안에 들어가야만 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내게 아무것도 해 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같은 지붕 아래서 잠자고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었다. 책을 읽다가 지친 몸으로 돌아와서 그들이 잠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행복했다. 기러기 생활을 하면서 필라델피아에 혼자 있을 때는 정말 힘든 기간을 보냈던 것 같다. 물론 그 기간이 삶에서 전혀 무가치한 시간인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씀처럼 그때의 경험은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우리가 가족으로서 더욱 사랑하고 아끼며 살아갈 수 있는 자산이 되기도 했다.

 

얼마 전 추석날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미국에 가족을 남겨 두고, 홀로 한국 신학교에 부임하여 열심히 제자를 가르치고 있는 후배 목사였다. 이제는 이런 기러기 생활을 접어야 할 것 같다며, 하나님의 선하신 인도하심을 위해 함께 기도해 줄 것을 내게 요청했다. 전화통을 붙들고 한참 이야기했던 것 같다. 당연할 수 있는 결정이라 축복해 주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놓고 기도했다.

 

예전에 어떤 연세 많으신 집사님이 병원에 입원해서 심방한 적이 있었다. 그때 온 집안 식구들이 총출동하여 할머니의 쾌유를 바라며 뒷바라지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여러 명의 손자 손녀들이 할머니 손을 꼭 붙잡고 할머니가 건강하게 다시 일어날 것을 간절히 비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할머니가 아무것도 할 수 없어도 할머니가 너무 좋은 것이었다. 그저 자신들을 향해서 따뜻한 사랑의 눈웃음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느끼는 것이었다. 경제적으로 이제는 아무런 기여를 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이제는 죽는 게 낫겠다고? 이처럼 어리석고 사탄적인 생각도 없다. 그것은 돈을 하나님으로 섬기는 우상숭배적 사상이다.

 

자신의 사명과 역할을 과소평가하지 말자. 우리는 이 모습 이대로 하나님께서 독특하게 창조하신 하나님의 걸작품이다(2:10).

 


  1. 김성철목사의 산상설교 읽기 10

    김성철목사의 산상설교 읽기 10 화평하게 하는 자 [마태복음 5:9]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팔복이란 하나님나라 백성의 인격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나님나라 백성의 인격, 그 결정체가 화평하게 하는...
    Date2015.12.30 Bywgma
    Read More
  2. 믿음이 연약한 자를 비판하지 말라 -이응주 목사

    믿음이 연약한 자를 비판하지 말라 모든 사람은 믿음이라는 종교적인 배경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믿음의 세계는 다양하다. 보이는 세계를 믿는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그 어떤 세계에 대한 꿈을 가지고 믿음의 태도로 희망을 가지고 종교심을 표현하...
    Date2015.12.29 Bywgma
    Read More
  3. [유해석 칼럼] 유럽과 이슬람의 불편한 역사

    [유해석 칼럼] 유럽과 이슬람의 불편한 역사  유해석 선교사 (FIM국제선교회 대표) 역사적으로 기독교가 성장했던 곳에서 내리막길을 걸을 때, 성장해 왔던 종교가 이슬람이다. 과거 중동은 전체 인구의 95%가 교회에 출석하던, 비잔틴 기독교가 있던 곳이다....
    Date2015.12.28 Bykim
    Read More
  4.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김성철목사의 성경읽기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누가복음 2:10-14] 천사가 이르되 무서워하지 말라.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너희...
    Date2015.12.23 Bywgma
    Read More
  5. [권혁승 칼럼] 현대인의 조급함과 기다림의 신앙

    [권혁승 칼럼] 현대인의 조급함과 기다림의 신앙‘권혁승 교수의 날마다 말씀 따라 새롭게’(153)▲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너는 이것을 알라 말세에 고통하는 때가 이르러… 배신하며 조급하며 자만하며 쾌락을 사랑하기를 하나님 사랑하는 것보다 더...
    Date2015.12.19 Bykim
    Read More
  6. 쉼표와 마침표의 작은 차이 -신광수목사

    쉼표와 마침표의 작은 차이 쉼표와 마침표는 모양이 비슷하지만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쉼표와 마침표의 작은 차이를 가볍게 여기지 마십시오. 작은 차이가 결국 큰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쉼표는 잠시 쉬는 것을 의미합니다. 쉼표가 없는 음악을 상상할 수 없...
    Date2015.12.17 Bywgma
    Read More
  7. 김성철목사의 산상설교 8-9

    김성철목사의 산상설교 9 마음이 청결한 자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마태복음 5:8) 기독교가 지향하는 것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인격자가 되는 것이다. 인격이란 방향이다. 기독교의 방향은 상대방을 살리고자 함이다. 예...
    Date2015.12.16 Bywgma
    Read More
  8. 내 직분을 영광스럽게 여기노니=성탄절메시지

    내 직분을 영광스럽게 여기노니 일본 Togane Home Church 이응주 목사 E-mail : ungjoor7@gmail.com 바울 사도는 '나는 직분을 맡았노라'(고전 9:17)고 했다. 그리고 성경에 사도의 직분(롬 1:5) 의문의 직분(고전 3:7). 정죄의 직분과 의의 직분 (고후 3:9) ...
    Date2015.12.13 Bywgma
    Read More
  9. 김성철목사의 산상설교 읽기 7

    김성철목사의 산상설교 읽기 7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마태복음 5:6]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 성경은 천지를 창조하신 창조주 하나님과의 관계 이야기를 다룬다. 그래서 참으로 행복한 사람은 창조주 하나님을 만나 하나...
    Date2015.12.04 Bywgma
    Read More
  10. 사랑은 오래 참는 것입니다. -신광수목사

    사랑은 오래 참는 것입니다. 두 눈 부릅뜨고 야단치고 혼내서 변한 사람보다는, 한 눈 살짝 감아주고 보듬었기에 변한 사람이 휠씬 더 많습니다. 그리고 혼내서 변한 사람은 어쩌면 더 독해졌을 수 있습니다. 천사와 천적, 둘 다 하늘이 나에게 내려준 선물입...
    Date2015.11.12 Bywgma
    Read More
  11. 김성철목사의 산상설교 읽기 4- 심령이 가난한 자

    김성철목사의 산상설교 읽기 4 심령이 가난한 자 [마태복음 5:3]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산상설교는 팔복으로 시작된다. 팔복은 하나님 나라 백성의 인격에 관한 것이다. 먼저는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 곧 신앙인격에 대하여 ...
    Date2015.11.12 Bywgma
    Read More
  12. [권혁승 칼럼] 넓은 길과 좁은 길

    [권혁승 칼럼] 넓은 길과 좁은 길‘날마다 말씀 따라 새롭게’(150) ▲권혁승 교수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마 7:13-14) ...
    Date2015.11.05 Bykim
    Read More
  13. 김성철목사의 산상설교읽기 3

    김성철목사의 산상설교읽기 3 팔복의 성격 “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시니 제자들이 나아온지라. 입을 열어 가르쳐 이르시되”(마태복음 1:1-2) 진리란 깨달아서 아는 것이 아니다. 진리란 배워서 아는 것이다. 디모데후서 3:14에 이런 말씀이 ...
    Date2015.11.04 Bywgma
    Read More
  14. 지금 우리가 긴급히 해야 할 일

    지금 우리가 긴급히 해야 할 일 “만물의 마지막이 가까웠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정신을 차리고 근신하여 기도하라” (벧전 4:7) 예수를 믿는 사람이건 믿지 않는 사람이건 간에 근간에 일어나는 국내외 정세를 보면서 ‘말세’라고들 한다. 사도 베드로는 이를 두...
    Date2015.11.03 Bywgma
    Read More
  15. 힐링의 코드를 넘어 샬롬의 세계로

    힐링의 코드를 넘어 샬롬의 세계로 몇 년 전만 해도 웰빙(well-being)의 시대였다. 그때는 몸과 마음, 의식주뿐만 아니라 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웰빙이었다. 이젠 갑자기 힐링(healing)이 대세다. 힐링은 단지 병든 몸을 치료하고 지친 마음을 치유하는...
    Date2015.11.03 Bywgma
    Read More
  16. 약자의 눈물 닦아주는 정치인-앙겔라 메르켈

    약자의 눈물 닦아주는 정치인-앙겔라 메르켈 터키해변에서 발견된 세살난 어린이 아일란 쿠르디의 시신 사진은 충격을 넘어 유럽인들의 양심을 일깨워 주었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아일란의 고모 기자회견은 더 가슴이 메어진다. 그녀와 아일란 아버지와의 통...
    Date2015.11.03 Bywgma
    Read More
  17. 약자에게도 소망은 있다

    약자에게도 소망은 있다 말콤 글래드웰의 <다윗과 골리앗> (21세기북스)를 읽고 1만 시간의 법칙, 티핑 포인트, 그리고 첫 2초의 판단으로 유명한 말콤 글래드웰은 언제나 우리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다. 이번에 읽은 <다윗과 골리앗>도 마찬가지이다. 저자...
    Date2015.11.03 Bywgma
    Read More
  18. 김요셉목사[여호와께 감사하라]

    김요셉목사[여호와께 감사하라]
    Date2015.10.28 Bykim
    Read More
  19. 선교의 목적은 귀한 생명들을 주님께로 인도하는 절대적인 사역이다

    선교의 목적은 귀한 생명들을 주님께로 인도하는 절대적인 사역이다 담대하라 네가. . . 로마에서도 증거 하여야 하리라(행 23:11). 베드로는 한 번도 로마를 방문했다는 성경에 기록이 없다. 그러나 바울은 주님의 이름을 이방인과 임금들과 이스라엘 자손들...
    Date2015.10.23 Bywgma
    Read More
  20. 당신은 지금 어디에 서 있습니까? -신광수목사

    이런 사람은 결코 이길 수가 없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사람, 돈 필요 없다는 사람, 죽어도 좋다는 사람, 끝까지 한다는 사람. 꺾이지 않는 의지는 이미 승패를 넘은 것입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실패는 과정일 뿐입니다. 경험이며, 자산입니다. 인생에서 실패할...
    Date2015.10.23 Bywgma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 46 Next
/ 46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

TA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