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의 코드를 넘어 샬롬의 세계로

by wgma posted Nov 0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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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의 코드를 넘어 샬롬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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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만 해도 웰빙(well-being)의 시대였다. 그때는 몸과 마음, 의식주뿐만 아니라 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웰빙이었다. 이젠 갑자기 힐링(healing)이 대세다. 힐링은 단지 병든 몸을 치료하고 지친 마음을 치유하는 정도가 아니라 문화 전반을 이끄는 코드가 되었다. 가수는 “나는 힐링이 필요해”라며 노래하고 사업가들은 힐링으로 마케팅한다. 방송사는 힐링 캠프를 차리고 정치가들은 힐링의 바람을 타고 대선후보가 된다. 웰빙은 상태를 가리키는 명사형이지만 힐링은 과정이 필요한 동사형이므로 세상이 옛날보다 나빠진 것은 분명하다. 힐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역설적으로 상태가 좋지 않음을 반증해준다. 사실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범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상처는 치유하고 아픔은 극복하기 위해 힐링을 하는 것이 시대의 코드가 되었다.

오늘날 세상은 성장시대의 아이콘인 웰빙과 상실시대의 아이콘인 힐링을 대립적으로 보지만, 그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상호보완적인 개념이다. 웰빙은 건강하고 조화롭고 온전함을 의미하므로 그것은 힐링을 통하여 온다. 몸과 사회의 조화가 깨어질 때 힐링이 필요하며 힐링을 통하여 웰빙이 이루어진다. 우리는 이처럼 웰빙과 힐링을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하지만 정작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꼬집어 말하는 것은 몹시 어렵다. 모든 단어는 널리 사용될수록 그 의미가 모호해지는 것은 일반적인 언어 현상이기도 하다.

성경의 관점에서 보면 세상이 갈구하는 웰빙과 힐링은 바로 샬롬이다. 성경에서 샬롬은 모든 사물과 관계들이 온전하고 완전한 균형과 조화를 이룬 상태이다. 샬롬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적용된다. 샬롬이 있을 때 돌은 깨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며, 저울은 완전한 균형을 가진다. 성전과 성벽은 완공되고 몸은 병이 없이 온전해진다. 친구들은 온전한 신뢰 가운데 우정을 나누고, 부채는 남김없이 갚으며 노동의 대가는 온전히 지불된다. 샬롬이 있을 때 사람과 공동체와 나라들 사이에는 서로 상반된 주장들이 이해되고 수용되며 적대감이 해소되고 분쟁은 사라진다. 서로 맺은 언약은 깨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이리하여 자연과 사람, 사람과 공동체,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에서 물질적, 신체적, 정신적 평화가 이루어진다. 한마디로 샬롬은 총체적이고, 통전적이며, 종합적인 웰빙이요 힐링이다.

샬롬은 구약성경의 관점에서 보면 하나님의 천지창조에서 이루어졌으나 인간의 죄로 파괴되었는데, 궁극적으로 하나님이 보내실 다윗 집안의 메시아가 평화의 왕으로 오심으로써 성취될 삶의 실재이다. 장차 올 메시아는 온 세상에 샬롬을 가져올 것이다. 그가 오면 정글의 법칙은 사라지고 사자가 어린 양과 풀밭에서 함께 놀 것이다(사 11:6). 그의 나라에서 평화는 강같이 흐를 것이다(사 66:12). 신약성경에서는 예수님이 구유에 태어났을 때 천사들은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라는 찬양을 베들레헴의 목자들에게 들려주었다(눅 2:14).

올해의 성탄절은 대선과 맞물려 대권후보자들이 웰빙과 힐링을 마케팅하며 마치 자신이 평화의 나라를 가져올 것처럼 쉴 새 없이 선전하는 것을 피곤하게 들으면서 맞이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옛날 옛적 솔로몬의 평화(팍스 팔레스티나)는 헛되었고 억압과 전쟁으로 이루어진 로마의 평화(팍스 로마나)는 거짓되었다. 오늘날 미국의 평화(팍스 아메리카나)와 중국의 평화(팍스 차이나)는 각자 국익을 극대화하며 서로 위험천만하게 충돌하고 있다. 이 세상에는 참된 평화가 없다. 한국의 평화(팍스 코리아나)도 민족주의의 틀에서는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다.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라고 선포하였다(엡 2:14). 그가 십자가에서 친히 화목 제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2000년 전 베들레헴 구유에 찾아오신 아기 예수는 오늘도 우리에게 찾아오셔서, 분열과 대립, 단절과 소외의 시대에 우리를 평화의 사도로 세우신다. 올 성탄에는 우리의 마음과 공동체 속에 평화의 주님을 모시고 개인적인 웰빙과 힐링을 넘어 하나님의 샬롬을 이 땅에 이루는 평화의 사자들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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